Etc/주저리

[260202] AI 시대에서 방황하는 서른 살의 주저리

키깡 2026. 2. 3. 00:26

이 블로그에 개인적인 일기 등은 쓰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는데, 결국 내가 나중에 가장 많이 다시 보게 되는 블로그는 이 블로그인 것 같다.

 

이전의 내 생각들을 보게 되면 힘을 얻기도 하고, 요즘 같이 많은 생각들이 얽혀서 굳었을 때는 글을 써보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짬짬이 주저리들을 늘여놓아볼까 한다.

 

요새 부쩍 사실 자기 계발 및 회사 일에 대한 의욕을 잃은 것 같다.

학생 때,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초까지만 해도 그저 성실함과 내 일에 대한 지고지순함이 그저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맞는 지도 많이 고민하는 동시에 내가 재밌어 하는 것을 찾아 나서보기도 하고, 그래도 하기 싫은 한 가지에 많은 시간 투자를 해보기도 했다.

 

대 AI 로봇 시대, 내 방향성에 의문이 많이 생기는 요즘이다.

https://youtu.be/6rTIon2QaiQ?si=GJMoo9jddxF4jfyr

 

어떤 이에게는 위와 같은 뉴스가 호재일 수도 있겠지만, 나와 같이 무언가에 그리 뛰어난 재능이 없는, 그저 무언가를 '남들보다 느린 것 같지만 그래도 보다 열심히 하면 중간보단 잘하게 되더라'라는 소신을 가지고 사는 소시민에게는 두려움이 드는 소식이다.

 

과연 로봇과 AI가 인간을 대체하면 인간은 행복할까?

매일 한두 시간 간격으로 '때려칠거야 학씨'를 외치면서 다녀도, 혈압이 400치는 것만 같은 기분을 하루에 종종 느껴도, 막상 그만 다니라 하기에는...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회사라는 공간이 나에게 주고 있는 의미는 크다.

 

첫째,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강제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해 주고, (종종 늦잠은 자지만...) 결과적으로 성취를 하게 해주는 (1년의 뿌듯함을 주는) 공간이다. 극 P 침대 러버 인간으로서, 만약 지금 회사라는 강제적인 공간이 없다면 지금쯤 늘어져서 쇼츠나 주구장창 보고, 1년 동안 뭐 했을까만 되짚고 있겠지... 

강제로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있고, 꼭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어도 1년마다 무언가 성장점이 있다는 부분에서 나에게 주는 의미가 가장 큰 것 같다.

 

둘째, 내가 가장 싫어해서 접촉하지 않았던 인간군상들과도 어쨌든 맞대고 살아가며 어쩌면 사람에 대한 편견을 깨 준 첫 공간이다.

항상 회사 이전에는 나와 다른 '부류'라는 생각이 들면, 굳이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런 인간관계가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뭐가 어찌 됐든 오래 말을 섞어볼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더 크게 크게 오해가 쌓이고 편견으로 자리 잡았던 것 같다. '나와 맞는 사람이 따로 있어'라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좋든 싫든 혐오하든 같이 일을 하면서, 어떤 포인트에서 '손절 마렵다'를 느껴도 손절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대화들을 나누다 보면, 물론 더욱더 싫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또 오래 보다 보면 내가 보지 못했었던 좋은 면을 가진 케이스도 있고... 어찌 됐든 내가 가졌던 안 좋은 특성을 많이 해소하게 된 계기이다. 그래도 100% 나쁜 사람은 없고 배울 점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있다는 관점은 갖게 됐다.

지금도 내향인인지라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것도 있고... 페르소나 쓰고 쉽사리 깊은 마음이나 생각까지 open the door 하지 않는 것은 똑같지만... 안 좋은 편견은 많이 내려놓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남이 볼 땐 아닐 수도)

 

기본적으로 일을 점점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식을 얻는 것도 그렇고 인내심을 배우는 부분도 그렇고 회사가 자아를 성장시키기 좋은 공간이라는 것에 매우 동의를 하는 바인데 갑자기 '오늘부터 나오지 않아도 돼요' 하는, 회사에서 나가도 좋다는 시그널을 받으면 참 씁쓸할 것 같다.

 

뭐 비단 회사뿐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었던 여러 가지 들에 고민이 생긴다. 이런 시대에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것이 맞는가? 내 머릿속의 이러저러한 고통을 후세에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지폐가 휴지조각이 되고, 사회주의의 사회로 간다면 내가 이리 아등바등 일하고 또 투자 공부를 하며 알뜰살뜰 모으는 것이 맞는가? 등등등...

 

쓰다 보니, 뭐 무튼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사를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자. 지나가면 어차피 결과만 남는다.

어쨌든 함께 하는 일에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의 노력을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아등바등하면서 스스로 스트레스받는 게 제일 손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겼던 이번 1월이 스쳐 지나간다. 납기일에 맞추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 또는 '이게 나중에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누군가에 대한 미움 등이 결국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 같다.

 

이렇게 얽매이는 마음이 다 욕심인데, 지나고 보면 다 부질없을 것이 보인다.

속세에 사는 사람이 욕심을 버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나... 무튼 욕심인 것을 알아차리고 버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2월부터는 일본도 갔다 오니, 좀 다른 분야의 책도 읽고, 불교 교리도 슬쩍슬쩍 공부하고... 물건도 좀 치우고, 내 마음을 비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어떤 미래가 오든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