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른이 울린 인사이드 아웃2 후기 (스포 있음)

할 것도 없는 장마의 주말,
결혼식 같이 갔던 동기며 주변 친구들이며 열변을 토하며 꼭 보라 한 ‘인사이드 아웃2’나 보러 가기로 했다.

영화 자체도 그렇게 안 좋아할뿐더러 (티빙 넷플릭스의 착실한 기부자이다.) 가벼운 B급 영화(서울의 봄, 범죄도시, 웡카 등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영화들이 최애)가 취향이며 비현실성/SF/액션 요소의 비율이 높으면 높아질수록 졸음이 싹 쏟아지는 나이지만… 하도 재밌다 하니 너무 궁금하더이다.

1을 봐야 더 이해가 간다지만 뭐 이미 하도 내용을 주워 들어서 1을 본 기분이었다. (그리고 도저히 볼 동인이 안 생겼었다...)

 

처음에 감정들이 각각 캐릭터라는 설명을 듣고 갔어서 동그란 이모지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 생각보다 안 귀엽게 생겼다(?)는 생각이 제일 처음 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기쁨이의 편이 되었다가 기쁨이에게 킹받았다가 불안이에게서 예전의 내 모습도 보였다가 불안이가 안쓰러웠다가 한낱 만화 캐릭터에 잔뜩 몰입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영화였다…

특히 라일리에게 필요한 것을 불안이일까? 기쁨이일까?를 계속 영화를 보는 내내 고민하고 있었는데 (기쁨이가 대장이기도 한고 권선징악 클리셰에 따라 주인공 같아 보이긴 하는데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청소년기에는 J력을 지닌 불안이가 자아를 형성하는 게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뜨문뜨문 올라왔다. 특히나 기쁨이가 생각도 계획도 없이 오직 긍정 빠워로 슬픔이에게 책임만 전가하면서 자기 뜻대로 안 풀리니까 우는 모습에 발암이라 생각한 건 just 나의 과몰입~) 라일리에게 필요한 건 불안이가 형성한 I’m not good enough. 자아도 아니고 기쁨이가 형성해 온 ‘난 좋은 사람이야‘ 자아도 아닌 라일리의 나쁜 추억, 감정 그 모든 것들에 의한 신념 그 자체라는 게 멋있는 결말이었다.
 
나도 영화로 따지자면 아직은 라일리의 부모님들처럼 감정이들이 차분하게 앉아있는 상태가 아니라 감정이들이 조종간을 쥐고 흔들 때가 많은 상태인데, 지금은 기쁨이나 슬픔이가 우세한 것 같다. (가끔 소심이?) 한 때 불안이가 우세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너무 좋지 않고,  모두가 그런 시절을 한 번쯤은 겪거나 겪고 있을 거라 이 영화가 더 흥행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뭐 엄밀하게는,  아직도 불안이가 팔팔한데 기쁨이가 영화 속처럼 안 좋은 기억을 저 멀리멀리로 일부러 던져버리는 상태 같다 😓 안 좋았던 트라우마나 기억도 던지지 말고, 꺼내서 내 신념의 한 자리로 자라게 만들게 해줘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내 눈앞에 닥친 사소한 어려운 일도 불행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피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큰 것 같다.
 

무튼 이번 영화에서 전체적으로 계속 보내는 메시지가 '쓸모없는 건 없다'인 것 같다. 사춘기 시절부터 느끼는 어쩌면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부정적 감정조차도 내 자아 형성과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와닿았다. 불안은 더 나은 계획을, 따분함은 창의적인 생각을, 부러움은 발전을, 당황은 도덕성과 사회성을 배우게 해 준다.

역으로, 불안+따분(시니컬)+부러움+당황을 활용해서 오직 사람과 상황에만 맞추며 나를 없애고, 기쁨+슬픔+소심+까칠+버럭 등 어쩌면 성공에 필요 없어 보이는 감정들을 누른다면 성공에 빨리 도달할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곳은 행복이라는 점을 계속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기쁨이가 ’어른이 되는 건 기쁨이 줄어드는 건가봐‘라고 한 말처럼 어른이 될수록, 먹고사니즘을 잘 수행하려면 불안-따분-부러움-당황이 더 주요한 사회성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생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상황과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나만의 희로애락 순간순간들도 더 많이 많이 고루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라일리도 마지막에는 기쁨이를 스스로 부르고(컨트롤하고), 모든 감정들이 서로를 포용하며 끝난 게 아닐까 싶다.

무튼 넘넘 귀엽고 공감되며 눈물 좔좔 영화 🥲🥲🥲 불안아 불안해 하지마… 굿즈 내줘여... 픽사... 내 돈 가져가여...

+ 불안이 키링 넘모 사고 싶은데

불안이만 품절인거 실화냐..??

끄앙 내놔내놔… 당장… 당장… 픽사는 대량공급해라 불안이를.